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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호사카 유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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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넷] “어이없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반응이다.

11월 9일 세종대 정문 앞.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파워볼

“호사카 유지는 일본 정부, 일본군, 조선총독부가 조선 여인을 집단 성폭행한 증거를 제시하라.”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국사교과서연구소 등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실제 일본군위안부엔 일본인 여성이 절반인데, 어떻게 조선여성들을 대상으로만 인신매매를 하고 집단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서 누리꾼이 주목한 것은 인도계로 보이는 한 외국인 여성의 시위참여다. 한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평은 이것이다. “참 너무들 하시네. 외국인까지 동원해서 저러고 싶을까.” 그러니까 이들 단체가 위안부 이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 여성까지 일당을 주고 데리고 와서 머릿수를 채웠다는 것이다. 확인해봤다.

기자회견을 연 국사교과서 연구소는 인터넷언론 프리덤뉴스의 부설기관이다. 김병헌 프리덤뉴스 대표이사가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동시에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의 공동대표이면서 이날 행사의 주최자다.

“동원이라니요. 자발적으로 참여한 겁니다.”

김 대표는 해당 여성이 스스로 세종대에 재학 중인 인도 유학생이라고 밝혔고, 자기도 이름이나 자세한 인적사항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들고 있는 피켓은 김 대표 측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우리가 만든 게 맞습니다. 자기는 ‘호사카 교수가 싫고 당신들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적극 동참했습니다.” 김 대표의 주장이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반박이다.

“제가 싫다고 했다는데, 저는 그 학생을 가르친 적 없고, 제 수업에 인도계 학생이 들어온 적도 없습니다.”

재직 중인 학교 앞에서 공격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 일본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대학교수가 되었는데,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학교 측에 협박 e메일과 팩스, 전화 등을 보내 교수직을 못 하도록 집요하게 항의한 일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위안부는 창녀였다’라고 주장하는 세력과 일본의 극우세력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사카 교수는 “(김 대표 측 주장의 진위 여부는) 금방 확인이 가능한 사실”이라며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파악해 반박자료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6월 17일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6월 17일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함바. 건설현장의 간이 식당을 부르는 일본 말이다. 함바 운영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막대한 이권으로 꼽힌다. 공사가 진행되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노동자 수백 명 이상의 세 끼니를 독점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함바를 따내기 위한 로비 사건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파워볼사이트


유씨, “로비하며 뇌물로 500억 이상 써”
함바 업계의 대표적인 로비스트가 유상봉(74)씨다. 그는 공사 발주처와 시공사, 지방자치단체, 정치인, 수사당국에 전방위 로비를 하며 전국의 함바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업계에선 ‘함바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0년 검찰 수사망에 걸렸고, ‘함바 게이트’가 터졌다. 특히 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수뇌부가 유씨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면서 경찰이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전국의 경찰서에는 정보관들이 있습니다. 정보관은 지자체와 건설현장 등의 동향 보고를 경찰서장에게 올려요. 그래서 경찰이 지자체장 등의 약점을 많이 잡고 있습니다. 경찰청장 등을 통해 경찰서장을 소개받고, 경찰서장을 통해 지자체장 등을 소개받아 함바 운영권을 땄습니다.”(6월 17일 유상봉씨 인터뷰)
함바 게이트 이후 유씨는 업계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졌다.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정·관계 인사들이 그를 만나기조차 꺼렸다. 함바 운영권 발주 절차도 점차 투명해졌다. 유씨는 자신에게 투자한 동료 함바 업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유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2011년 1월 10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유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2011년 1월 10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고위층 안 만나주자 ‘칼’ 들이대기 시작
유씨는 함바업계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과거 알고 지내던 고위층에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옥중에서 수십 명에게 협박성 편지 100통가량을 보내 “돈만 받고 아무런 도움을 안 줬으니 함바를 수주하게 해주든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2015년 드러났다. 지난해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들을 뇌물수수 혐의로 진정·고소하기도 했다. 유씨는 “그동안 뇌물로 쓴 돈이 500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한다.파워볼실시간


2020년, 윤상현 의원과 선거 공작 혐의
유씨는 올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와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연루된 사건이 불거지면서다. 인천지검은 6일 유씨를 윤 의원과 공모해 올해 국회의원 선거(인천 동구·미추홀을)에서 윤 의원의 경쟁 후보였던 안상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허위 사실로 고소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유씨는 고소 대가로 함바 운영권 등의 이권을 윤 의원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유씨와 윤 의원을 포함해 11명에 달한다. 1차 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윤 의원이 왜 하필 위험인물인 유씨와 어울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6월 15일 윤상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6월 15일 윤상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감옥서 생 마칠 수도…비참한 말로”
유씨는 뇌물공여범에서 시작해 사기, 무고, 명예훼손, 선거 공작 범죄자로 전락한 것이다. 검찰 기소대로 법원이 인정한다면 유씨는 전과가 많은 데다 누범 기간에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중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령에 지병(녹내장 등)도 앓고 있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고 수사당국은 예측한다.

유씨에 대한 ‘악몽’을 기억하는 경찰이 유씨를 특별 단속하고 있는 점도 불리한 조건이다. 이번 선거 공작 사건도 경찰청 범죄정보과의 저인망식 첩보 수집을 통해 불거졌다. 최근에는 서울 송파경찰서가 유씨에 대한 9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하자마자 바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유씨는 혈육과도 멀어지고 있다. 선거 공작 수사를 받던 도중 아들과 심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 측의 도움을 받아 함바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그 일부를 아들이 아버지 몰래 빼돌린 탓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측근인 함바 업자 박모씨와도 최근 고소장을 주고받으며 척을 졌다. 한 함바 업계 관계자는 “자업자득”이라며 “오직 돈만을 위해 살다 비참한 말로를 겪고 있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새 댐·연못 만드는 비버 죽여 사냥터 습지화 방지

무인카메라에 잡힌 보야저 국립공원의 늑대 무리 [Tom Gable/Voyageurs Wolf Project via AP=연합뉴스]
무인카메라에 잡힌 보야저 국립공원의 늑대 무리 [Tom Gable/Voyageurs Wolf Project via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늑대가 숲에 댐과 연못을 만들어 서식지로 삼는 비버를 죽여 자신들의 사냥터에서 습지가 확대되는 것을 막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버는 성체가 되면 원래 서식지에서 독립해 새로운 곳에서 물길을 막아 댐을 만들거나 주인 없이 버려진 곳을 보수해 서식지로 삼으면서 어디든 습지로 바꿔버리는데, 늑대가 이런 비버들을 사냥해 죽임으로써 습지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보야저 늑대 프로젝트’ 연구진은 보야저 국립공원 내 늑대 약 30마리에게 GPS 목걸이를 달아 20분 이상 머문 곳을 파악해 사냥한 동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새로 만들어진 댐과 연못의 비버 동향을 추적한 끝에 얻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미네소타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5년 봄 늑대가 새로 댐을 만든 비버를 사냥해 죽인 뒤 이 비버가 살던 댐이 불과 며칠 만에 붕괴하며 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숲이 연못으로 바뀌는 것을 막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이후 본격적인 관찰에 나서 5년간 추적 연구를 해왔다.

숲속의 물길을 막아 댐을 건설한 보야저국립공원 비버 [Tom Gable/Voyageurs Wolf Project via AP=연합뉴스]
숲속의 물길을 막아 댐을 건설한 보야저국립공원 비버 [Tom Gable/Voyageurs Wolf Project via AP=연합뉴스]

그 결과, 늑대들이 비버 사냥을 통해 연간 88개의 연못과 댐 형성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못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미네소타주 북부의 아한대 숲 1천800㎢에 걸쳐있는 ‘보야저 대생태계’에서 19만㎥의 물을 저장하며 습지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보야저 늑대 프로젝트 책임자로 논문 공동 저자로 참여한 토머스 게이블 박사는 “늑대가 비버를 제거하면 다른 비버가 나타나 댐이나 연못을 다시 건설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

비버가 늑대의 사냥으로 죽은 뒤 새 비버가 등장해 수리를 시도하는 데는 1년 이상 걸렸으며, 이번 연구의 발단이 된 댐은 아직도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늑대가 보야저 국립공원 안에 서식하는 비버의 개체 수를 통제한다는 증거를 드러내지는 못했으나, 최상위 포식자로서 비버가 물길을 막아 댐이나 연못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장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시간공과대학의 늑대 전문 야생 생태학자 롤프 피터슨 교수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비버는 아한대 숲의 모습을 결정짓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 비버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든 폭포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비버가 물길을 막아 습지를 만들면 나무나 물고기, 양서류, 새 등에 새로운 생태 공간을 제공하게 돼 비버는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별명을 갖고있다.

GPS 목걸이를 찬 보야저 국립공원 늑대 V092 [Tom Gable/Voyageurs Wolf Project via AP=연합뉴스]
GPS 목걸이를 찬 보야저 국립공원 늑대 V092 [Tom Gable/Voyageurs Wolf Project via AP=연합뉴스]
'생태계 엔지니어' 비버 [Tom Gable via AP=연합뉴스]
‘생태계 엔지니어’ 비버 [Tom Gable via AP=연합뉴스]

eomns@yna.co.kr

윤희숙 “주52시간 적용 연기가 전태일 정신” 주장에진중권 “시장만능주의.. 그러다 망했으면 반성해야지”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9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9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4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아직까지 철 지난 시장만능주의 이념이나 붙들고 앉았다”라고 비난했다. 윤 의원이 ‘중소기업 주 52시간제 적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고(故) 전태일 열사 정신’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여권의 비판을 반박하자 재차 폭격을 가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기 ‘이념’이나 반성을 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이념에 눈이 뒤집혔으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분신한 노동자 내세워 기껏 노동시간 축소하지 말자는 전도된 얘기나 하는 것”이라며 “이 쯤 되면 광신”이라고 맹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러다가 망했으면 반성을 해야지, 욕 먹고도 왜 욕먹는지조차 모른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치감각도 꽝”이라며 “고립을 뚫고 탈출을 해야 할 상황에서 스스로 성안으로 기어 들어가 농성을 하고 앉았다”라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월 20일 오전 광주 북구 오룡동 정부광주합동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광주지방국세청,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목포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월 20일 오전 광주 북구 오룡동 정부광주합동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광주지방국세청,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목포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의원은 고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13일 자신의 SNS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코로나19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윤 의원은 SNS 글에서 “이념적 도그마만 고집하거나, 우리 토양의 특수성은 외면하고 선진국 제도 이식에만 집착하는 것이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태일 이후 50년간, 특히 약자를 위한답시고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수많은 약자의 일자리를 뺏은 문재인 정부에서 곱씹어온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당장 여권은 물론 진 전교수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노동대변인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고 논평했고,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찬물을 끼얹는 무지몽매함의 극치”라며 “전태일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말라”라고 비판했다. 여권을 향해 날을 세워오던 진 전 교수도 “이런 소리 하는 데에 왜 전태일을 파나”라며 “그러니 저 당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의원은 이튿날인 이날 재차 SNS에 글을 올리고 “저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라며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 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이냐”라고 반박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쿠팡 일용직 노동, 2년의 경험 ①] 쿠팡 알바 첫 날, 밥을 먹기 위해 달렸다

[김상현 기자]

“대학생이 하기에 꿀알바죠.”

흔히들 쿠팡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이런 말들을 듣고는 한다. 과연.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날짜도 사실상 자기 마음대로 골라서 나갈 수도 있고, 그래도 명색이 대기업이라고 임금 체불이 일어난 적도 없다. 식사도 제때 챙겨주니, 요즘 이만한 ‘괜찮은’ 알바가 없기도 하다.

나도 그런 생각으로 ‘알바몬’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쿠팡 알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동생이 그럭저럭 할 만하다고 권유한 것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당시 나는 시에서 주관하는 과외 사업으로는 생활이 버거웠다. 공고는 많았고, 지원 방식도 간단했다. 정해진 휴대폰 번호에 양식만 맞추어 보내고 기다리면 쿠팡 물류창고 입사 지원은 끝났다.

언제 연락이 올까 전전긍긍하던 중에 내일 출근해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신분증과 통장 사본을 보내라는 문자도 덧붙여왔다. 나는 유경험자인 동생의 도움을 받아가며 쿠팡으로의 첫 출근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별거 없었다. 셔틀버스는 언제 오는지, 내려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간단한 주의 사항을 듣는 정도였다.

이후 나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당시 다음 날은 주말이었지만, 쿠팡 물류창고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물류창고로

다음 날 아침 6시, 휴대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힘겹게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 근처 모란역으로 향했다. 역에는 주말 아침임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등산객들이었지만, 주말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도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덕분에 역 주변부에 서 있었던 나는 내가 타야 할 버스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다행히도 나를 태우고 갈 셔틀버스는 무사히 도착했고 나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가 가야 할 물류창고로 향할 수 있었다. 나는 긴장 속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내 또래도 있었고, 부모님뻘 되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르신이라고 부를 만한 나이의 사람들도 버스에 올랐다.물류창고로 향하는 셔틀버스는 계속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실으려고 정차했다가 출발했다. 셔틀버스가 물류창고에 도착한 것은 내가 그 버스에 오른 지 1시간 조금 지난 뒤였다.

▲  쿠팡 물류센터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버스들.
ⓒ 김상현

도착하고 나니 많은 인파가 거대한 물류창고 앞에 형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수 대의 버스에서 내렸는데, 각각의 버스 앞에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붙여져 있었다. 경기도 광주, 강원도 원주, 충청북도 충주, 서울시 노원구 등등 전국 각지에서 온 노동자들이었다. 익숙한 사람들은 출근 수속을 알아서 끝냈지만, 나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었다.

쿠팡에서 제작한 출퇴근용 앱인 쿠펀치에서 계정을 생성하고, 창고 와이파이에 연결해서 출근 버튼을 눌렀다.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몰려 있는 책상 앞에서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김상현씨 계세요? 김상현씨?”

갑자기 이름이 불린 상황에 당황해서 나는 말을 더듬으면서 “네?”라고 대답하면서 우물쭈물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나를 불렀던 관리자는 명부에 서명하고, 각종 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쿠펀치 앱으로만 출근 처리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기 출퇴근 명부가 따로 있었다. 나는 이것 또한 작성해야 했다. 명부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 나누어져 구분되어 있었는데, 처음 온 내가 그것을 알 수 없었기에 여성명부에서 이름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다 답답해하는 관리자에게 이끌려 남성명부에서 이름을 겨우 찾고 서명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근로계약서’와 ‘안전교육 이수 확인서’ 등을 작성했다. 나는 이 경험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알바 하면서 내가 ‘스스로’ 근로계약서를 확인하고 작성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했던 알바들은 근로계약서가 있기는 했지만 모두 사장님이 ‘알아서’ 보관해주는 그런 식이어서 실물을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투입

▲  쿠팡 물류센터 전경.
ⓒ 연합뉴스

오전 9시가 가까이 다가오자 좀 더 높아 보이는 관리자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사람들을 주목시키더니 오늘 해야 할 작업과 관련된 여러 주의사항을 말했다. 마지막에 물건 처리량이 적다고 오늘은 좀 열심히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기존 노동자들은 일어나 물류창고 일을 하러 갔고, 나를 비롯한 신규노동자들은 사무실에 그대로 남았다.

마침 앞자리에 앉아있었던 나는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많은 수의 인원이 사무실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런 나를 본 옆자리 사람은 “이 정도면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귀띔해주었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많이 고용하는 쿠팡 물류창고의 특성상 매일 이렇게 새로운 사람이 많은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2020년,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쿠팡 창고가 지목되었다. 내가 다니던 물류창고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우리 창고의 신규 지원자가 확 줄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실제로 신규 지원자들이 줄어들었지만, 신규 노동자들은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였다. 그리고 대부분 기존에 있던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잘리거나, 운영하던 가게가 망해서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온 사람들이었다.

사무실에 남은 신규 노동자들에게 관리자는 점심시간은 언제인지 등 몇 가지의 추가 주의사항을 들려주었다. 휴대폰은 작업 현장으로 반입할 수 없고, 출퇴근 명부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으면 일급 지급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 등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관리자의 인솔 아래 나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물류창고 현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창고 내부는 매우 넓었고, 많은 물건들이 구획 별로 나뉘어 있었다. 지게차들이 돌아다니고, 컴퓨터 앞에는 여러 사람이 전산을 처리하고 있었다. 물건을 팔레트 위에 쌓고 쟈키라고 불리는 팔레트를 손으로 끌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리자는 창고 안으로 들어온 우리에게 다시 한번 주의 사항을 환기시키고, 각각의 작업 파트에 사람들을 배정했다.

육체노동을 경험하다

나는 ‘2차 분류’라고 불리는 파트에 배정받았다. 하는 일은 간단했다. ‘QA’라고 불리는 파트에서 전산 처리된 물건을 가져와서 항목별로 분류된 팔레트 위에 쌓는다. 팔레트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그것을 쟈키로 빼서 랩으로 감싸고 지게차가 처리할 수 있도록 지정된 자리에 가져다 두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첫날에 전산 처리된 물건을 팔레트에 분류하는 작업을 맡았다.

전산 처리된 물건을 내가 가지고 있는 2단 혹은 1단짜리 운반 카트에 실은 다음에 알맞게 팔레트 위에 분류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간단해 보였지만 의외로 많은 힘이 드는 일이었다. 간혹 무거운 물건이 나와 허리에 무리를 주기도 했고, 왔다 갔다 하면서 물건을 분류하는 것이 지루했기 때문에 시간을 버티는 것도 고되었다.

이후 내가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쿠팡 일용직을 주말마다 나가게 되었을 때는 나머지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팔레트 위에 쌓인 물건을 정리하고 랩으로 칭칭 감는다. 마치 먹고 남은 음식을 랩으로 감싸는 작업을 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내가 랩을 감아야 할 것은 먹고 남은 음식 부스러기가 아니라 내 키만큼 쌓인 여러 잡화였지만.

팔레트 위에 올라간 물건들을 꼼꼼하게 랩으로 감싸기 위해서는 우선 허리를 숙여서 팔레트 끝에 랩을 묶어야만 했다. 그리고 보통 사람 팔뚝보다 더 두꺼운 랩을 두 손으로 들고 허리를 숙여 파레트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한다. 그러면 팔레트 밑단을 랩으로 감싸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점점 허리를 펴고 팔을 올려가면서 팔레트 위에 올려진 물건 전체를 랩으로 칭칭 감았다. 이것을 사람들은 ‘랩을 친다’라고 불렀다.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게차가 팔레트 위에 있는 물건을 나를 때 물건이 다 쏟아지기 때문에 잘못하면 몇 번이고 랩을 다시 감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랩으로 감겨진 팔레트는 쟈키를 동원해 정해진 장소에 두고 와야만 했다. 이러다 보니 처음 랩을 여러 개 치던 다음 날에는 허리가 아파서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하루 종일 누워있고는 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육체노동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추상적으로 ‘고생하시는구나’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직접 경험해보니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물건 하나를 위해 수십 명의 사람이 붙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걸 현실에서 직접 체험해보게 된 것이다.

근무시간은 8시간, 하지만

“점심 드시러 가세요!”

관리자가 외치자 사람들이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 관리자가 다친다고 말려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달렸다.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 탓이었다. 점심시간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유일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점심 메뉴는 그저 그런 반찬들뿐이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왔기에 나는 금세 식판을 다 비워버렸다. 그리고 휴대폰 알람을 몇 개 확인하니 점심시간은 금방 끝나버렸다. 앞으로 여기 온다면 점심시간 때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오후 작업도 오전 작업과 같았다. 오전 4시간 동안 했던 일을 오후에도 4시간을 했다. 오후 5시 50분대가 되자 관리자가 슬슬 마무리하라고 소리쳤고, 나는 주변 사람들을 도와 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관리자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더니 오늘 미흡했던 사안들을 지적했다. 분명 큰 목소리였지만, 간만에 몸을 써서 그런지 내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출퇴근 명부에 다시 사인하고, 쿠펀치 앱으로 퇴근 처리를 했다. 그리고서는 셔틀버스에 올라 집으로 향했는데 모든 긴장이 그때서야 풀렸는지 버스 안에서 잠들고 말았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되었다. 실질 노동 시간은 8시간 정도였지만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니 12시간 넘게 쿠팡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써야만 했다. 누군가는 시간 낭비라고 했지만, 나는 그 시간 낭비를 2년 동안, 학기 중에는 매 주말마다 방학 때는 주 3~5일을 하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전날 한 쿠팡 아르바이트 일급을 받았다. 2018년 당시 일일 최저임금은 6만 원이 조금 넘었지만, 고용보험비 등 일부를 공제하고 나니 5만 9천 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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