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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조성에 온갖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지역 민심이 ‘백지화’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반대와 찬성이 대립했지만 “지금 춘천 여론은 자포자기에 가깝다”.

ⓒ시사IN 신선영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춘천시 중도 전경.
ⓒ시사IN 신선영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춘천시 중도 전경.

춘천대교를 건너 중도(中島)에 진입하자 먼 곳에 갈색 형체가 보였다. 중도유적지킴본부 이정희 대표는 “고라니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부터 중도에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섬 한편에서 공사 중인 레고랜드에 반대하는 농성이다. 레고랜드는 블록 장난감 레고(LEGO)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로 내년 7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공사장 울타리 안쪽에는 놀이기구로 추정되는 색색의 시설물이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이 섬에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지가 묻혀 있다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레고랜드 공사 현장 바로 밑에 문화재가 있다.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공사인데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한다”라고 말했다. 6년간 일었던 여러 잡음에 더해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로운 문제까지 제기되며 레고랜드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중도는 1967년 의암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인공섬이다. 논밭이던 이곳은 1980년대 들어 관광단지로 개발되었다. 섬 전체가 풀과 나무로 덮여 있어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봄·가을에는 캠핑 명소로 이름이 높았다. 2012년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추진하면서 캠핑장은 폐쇄됐다.파워볼게임

춘천 중도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나온 지 40년이 넘었다. 시작은 1977년 국립중앙박물관 조사였다. 의암댐 건설 이후 의암호의 수위 변동이 심해지면서 땅이 깎인 게 계기였다. 침식으로 지층 단면이 드러나면서 오랜 기간 땅 밑에 잠들어 있던 문화재가 노출된 것이다. 이어진 조사에서 토기와 고인돌, 반달돌칼, 돌도끼 등이 나왔다. 특히 이곳에서 출토된 토기는 ‘중도식 토기’라고 따로 이름 붙일 정도로 고고학적 가치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는 중도식 토기가 한반도 중부 세력이 중국 전국시대 문화권 및 한반도 북부 지역 문화권과 교류한 과정을 드러낸다고 본다.

레고랜드 유치는 강원도지사들의 숙원 사업이다. 처음 유치 계획을 세웠던 것은 2008년 김진선 전 지사로, 레고랜드 운영사인 멀린엔터테인먼트 본사를 직접 방문했다. 그러나 당시 강원도와 멀린엔터테인먼트는 투자 조건 문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광재 전 지사도 레고랜드 유치를 추진했다. 이 전 지사는 직접 로스앤젤레스 레고랜드를 방문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으나 역시 투자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강원도는 2011년 최문순 지사 때에 멀린엔터테인먼트와 레고랜드 개발사업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당시 계획된 개장 시점은 2015년 상반기였다. 발표 당시 최 지사는 레고랜드가 “올림픽 못지않게 강원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 과정에서 최 지사는 주한 덴마크 대사를 만나 레고랜드춘천 유치의 협조를 당부했다. 덴마크는 레고그룹 본사가 있는 곳이다.

ⓒEPA독일 귄츠부르크에 위치한 레고랜드. 레고랜드는 프랜차이즈 테마파크다.
ⓒEPA독일 귄츠부르크에 위치한 레고랜드. 레고랜드는 프랜차이즈 테마파크다.

문화재 보호의 다양한 옵션

레고랜드는 프랜차이즈 테마파크다. 2012년 강원도는 레고랜드가 200만명 이상 관광객과 1만 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춘천 중도가 선사시대 유적지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굳이 이곳에 레고랜드를 유치한 까닭은 무엇일까?엔트리파워볼

춘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매장된 문화재 규모가 이 정도로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드물었다”라고 말한다. 착공을 앞둔 2014년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 5곳의 1차 발굴조사 때 1400여 기의 청동기 유구(주거지·무덤· 사원 등 움직일 수 없는 문화재)가 나왔다. 고인돌 101기, 집터 917기, 구덩이 355기 등 대규모 마을 유적이었다. 단일 유적으로는 한반도 최대 규모였으나 레고랜드 건설을 확정한 강원도와 개발사로서는 ‘암초’였다. 일부 시민단체가 레고랜드 건설을 백지화하고 문화재를 완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건 1차 발굴조사 이후의 일이다.

건설공사 도중 문화재가 나왔다면 법적으로 후속 조치를 결정하는 기관은 문화재청이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에 따라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은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바와 달리 매장문화재법은 붓으로 흙을 털어내 박물관으로 가져가는 것만 문화재 보호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이 법 제14조 1호는 “문화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발굴 전 상태로 복토(覆土)하여 보존하거나 외부에 노출시켜 보존하는 것(현지 보존)”도 문화재청장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정한다. 이 밖에 이전 보존(박물관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보존하는 것)과 기록 보존(발굴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그 기록을 보존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복토’란 노출된 문화재를 흙으로 도로 덮어 땅에 묻는다는 의미다. 반드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지표와 문화재 사이를 마사토나 모래 등 충전재로 채워 유적이 훼손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 문화재청의 결정은 복토 보존과 이전 보존의 결합 방식이었다. 2000여 년 전의 문화재 위에 놀이기구를 짓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정해진 절차를 거친다면 그 자체로 위법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을 가장 우선으로 여긴다면 복토 보존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습기와 식생 등으로 인한 부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산하 기구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복토 보존 방식은 ‘플랜 B’다. 유적을 생각하면 개발행위 자체를 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게 제일 좋다. (문화재가 있는 곳에) 건설을 전면 금지하면 건설사나 지자체가 억울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복토 보존이라는 방식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온전히 보존되더라도 ‘활용’ 측면이 문제라고 말했다. “복토 보존한 문화재는 전시할 수 없다. 그저 지표에 ‘청동기 집터’라는 팻말을 세우거나 모조품을 전시하는 정도다. 유적을 전시하는 것만 한 효과를 내기가 불가능하다.” 복토 보존은 합법적이고 흔히 사용되는 문화재 보존 기법이지만 토지개발이 전제인 기법인 만큼 한계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2014년 중도 유적에 대한 문화재청의 결정도 레고랜드 개발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환호(청동기시대부터 원삼국시대까지 활용된 도랑으로 마을을 외침으로부터 방어하는 데에 쓰였다)와 주거지 유적은 복토 보존하고 고인돌은 이전 보존하도록 했다. 보존·전시하는 문화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2016년 문화재청과 강원도는 환호를 추가로 보존하기로 했다. 레고랜드 개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내부에 ‘유적공원’을 설치해 고인돌과 환호를 비롯한 중도 문화재를 전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발굴된 고인돌은 현재 중도 한편에 있는 비닐하우스형 보호시설 안에 임시로 보관 중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결정이 난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놀이공원 아래 묻힌 문화재가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만은 아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의 오동철 운영위원장은 “테마파크 자체도 정상적으로 갈 수가 없다. 복토 보존한 지하를 파낼 수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중도의 복토된 문화재는 현재 2m 두께 흙으로 덮여 있다.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가 묻힌 2m 아래로는 땅을 파지 않는 것이 문화재청의 레고랜드 승인 조건 중 하나였다. 2016년 심의 당시 강원도 스스로 문화재위원회에 ‘허니셀’ 공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건물을 짓기 전 기초를 다지는 방식으로 지반에 벌집 모양 구조물을 까는 방식이다. 땅속 깊이 박는 말뚝(pile)을 대신하는 공법이다. 그런데 지난 6월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돌연 레고랜드 호텔과 전망타워 건물의 시공법을 바꾸겠다는 신청서를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반이 약해서 안정성을 위해 말뚝을 박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위원회는 불허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레고랜드 유치는 강원도지사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최문순 지사(왼쪽) 역시 이 사업이 “올림픽 못지않게 강원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레고랜드 유치는 강원도지사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최문순 지사(왼쪽) 역시 이 사업이 “올림픽 못지않게 강원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보존과 별개의 내부 비리 문제도 불거졌다. 2015년 감사원 감사 결과, 시행사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로부터 강원도 소속 공무원들이 여비 명목의 돈을 받은 일이 있었다. 엘엘개발 전 총괄개발대표 민 아무개씨는 11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약 5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욱재 전 춘천부시장도 연루되었다. 2018년 4월26일 대법원은 이 전 부시장에 대해 뇌물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 민 대표로부터 양복과 양주 등을 수수한 혐의였다.동행복권파워볼

레고랜드 사업의 계약 조건이 강원도에 불리하다는 비판도 있다. 선사시대 문화재 보존을 일부 희생하고 도민 세금이 수백억원 단위로 드는 사업인데 운영사인 멀린엔터테인먼트에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는 것이다. 당초 강원도와 멀린엔터테인먼트의 계약에 따르면 강원도는 800억원을 투자하고 수익 30.8%를 가져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지분이 3%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멀린 측이 추가 투자(초기 3000억원, 추가 2270억원)한 대가로 알려졌다.

10월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범수, 김용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멀린의 총투자금은 245억원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최문순 지사는 “현재까지 실제 입금된 금액은 245억원이지만 현물 투자 등 사업이 진행되면서 추가 투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대수익이 3%로 변경된 것에 대해 최 지사는 “도에서 투자하기로 했는데 멀린이 직접 투자하기로 해 임대수익 구조가 변경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0월12일 국정감사에서는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레고랜드 부지 일부의 유물과 유적 조사가 생략됐다고 지적하자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레고랜드를 둘러싸고 온갖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지역 민심의 주류가 레고랜드 백지화는 아니었다. 레고랜드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여럿 생겨나고 이듬해까지 활발히 활동을 이어갔으나 전적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레고랜드가 들어서면 춘천에 일자리가 생기고 지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시위에서 이들은 레고랜드 반대 단체들이 “시민의 꿈 짓밟는” “춘천시민 살인 행위”를 한다는 표어를 내걸었다. 지금도 춘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레고랜드 백지화 주장을 비난·조롱하는 누리꾼들이 있다.

ⓒ시사IN 신선영10월22일 중도유적지킴본부 회원들이 건설 현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10월22일 중도유적지킴본부 회원들이 건설 현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공사판’에서 입증되는 문화재의 가치

레고랜드 사업 추진 초기부터 반대운동을 해온 오동철 운영위원장은 “지금 춘천 여론은 ‘자포자기’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 초창기 ‘문화재 보존을 위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측과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측이 대립했지만, 지금은 너무 오랫동안 많은 논란이 제기되어 모두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역 민심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여론 동향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공약이다. 레고랜드는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 간혹 ‘레고랜드 전면 백지화’를 공약하는 지역 정치인도 등장했지만 당선은 늘 레고랜드 개발을 전제로 ‘연계효과 확보’를 말하는 후보들 몫이었다. 최근 몇 년간 매해 국정감사에서 레고랜드 개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개발 도중 문화재가 나와서 갈등을 빚은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매장된 문화재의 가치는 이처럼 ‘공사판’에서 우연히 입증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조사나 기록을 통해 문화재가 묻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땅 밖으로 나와야 그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발굴이다. 1997년 말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던 풍납동 일대에서 백제시대 유물이 쏟아져 나와 긴급 발굴에 나선 것이다. 이전까지 풍납토성은 몽촌토성을 방어하는 성이라고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 발굴이 진행된 뒤 ‘풍납토성이 바로 백제 도성인 하남 위례성’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게 되었다. 고고학계는 환호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생각이 달랐다. 재건축조합 관계자 일부가 백제 유적을 파괴하고 흙으로 덮어버렸다. 그러나 결국 공사는 좌절되었다. 풍납토성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근래 진행되고 있는 유사 사례는 경남 창원의 제2안민터널 공사다. 2016년 착공한 터널인데, 공사 절반이 진행된 지난 9월 무덤군과 유물 등 대규모 문화재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이 현장에서 연 전문가 검토회의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삼국시대 복합 유적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제2안민터널 조기 개통은 허성무 창원시장의 공약이며, 이 지역 교통정체를 해소할 대표적 기반 시설로 꼽혀왔다. 안민터널 유적이 레고랜드와 풍납토성 중 어떤 길을 따를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작지 않은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춘천·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www.sisain.co.kr) – [ 시사IN 구독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 7일 부산 북구 덕천동 덕천지하상가에서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논란이 됐다. 남성은 쓰러진 여자 얼굴을 휴대전화로 무차별 가격했고 이 장면은 지하상가 CCTV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사건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한편에서는 남자가 잔인하게 여자를 때린 ‘데이트폭력’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다른 편에서는 여자도 때렸으니 ‘쌍방폭행’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영상을 보면 남녀가 모두 주먹을 휘두른 건 맞다. 하지만 물리력 차이가 압도적인데다 폭력 자체도 일방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해보였다. 지난 며칠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덕천지하상가 폭행은 남녀 모두가 가해자인 쌍방폭행인가, 친밀한 관계에서 약한 파트너를 향해 폭발한 특정 유형의 데이트폭력인 걸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이 양자가 동등하게 싸운 쌍방폭행으로 규정되는 것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11일 국민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말도 안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쌍방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는 구조”라며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국내에 남편에게 맞는 아내, 애인에게 맞는 젊은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


– 덕천지하상가 폭행에 대해 쌍방폭행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쌍방폭행이 몸집이 작은 사람에게, 특히 데이트폭력 사건에서는 여성에게 크게 불리하게 적용된다. (여성이) 10대 맞고 한번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있다고 해보자. 그것도 경찰에 가면 쌍방폭행으로 돼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도) 쌍방으로 인정이 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되면 안 되는 거다.”

(*양쪽이 싸운 경우 한쪽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으려면 먼저 도발하지 않고 상대가 멈춘 뒤에는 폭력을 쓰지 않아야 하며 위험한 물건을 쓰거나 상대보다 더 큰 폭력을 행사하면 안된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연인 간 폭력이 일어났을 때 힘이 약해 일방적으로 맞은 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 사회적으로 데이트폭력 문제는 심각한데 사법기관에서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것 같다

“데이트폭력은 죄명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남녀 파트너 사이에서 일어난 폭행도 단순 폭행의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파트너 폭력(Partner Violence)은 보호해야 하는 상대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정책이 국내에는 일반화돼 있지 않다. 그래서 그냥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하다 보니 (데이트폭력처럼 일방적인 폭행이) 대등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사건으로 취급되는 거다. 그러니까 (쌍방폭행이란)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반영된 죄명이 전혀 아니다.”

(*경찰청의 ‘2015년 이후 여성 대상 폭행·살인 사건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4136건, 2018년 1만8671건, 2019년 1만9940건으로 계속 증가세다. 형사입건 건수도 2017년 1만303명, 2018년 1만245명, 2019년 9858명으로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 정책적으로나 법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나

“당연하다. 바뀌어야 한다. (사법기관은) 여성 안전을 위해서 파트너 폭행은 현재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 취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단 파트너 폭력을 범죄로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정폭력도 그런 것 아니냐. 우리나라는 가정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안 본다.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 따라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면 그때부터는 피해자로 취급하지 않는다. 반의사불벌죄가 있다는 얘기는 피해자에게 ‘당신 남자니까 봐줘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혼인신고가 돼 있으면 가정폭력, 혼인신고가 안 돼 있으면 데이트폭력인 거다. 일단 기본적인 모듈(요소) 자체가 남녀 간 폭력은 범죄 취급을 안 하는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데이트폭력인 것이다.”

– 데이트폭력을 범죄로 보고 있지 않은 거다?

“그냥 ‘연인 간 다툼’ 정도로 보는 거다. 사랑싸움으로. 그만큼 여성이 폭력 피해를 보는 걸 가볍게 생각한다는 거다. 우리 사회가 여성의 생명권을 남성의 생명권만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가 가해자의 행위를 가볍게 만드는 단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어가 바뀐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단어가 바뀐다고 단순폭행죄로 처리하자? 단순폭행죄는 합의하면 끝나는 거 아니냐. 그러니 데이트폭력이라고 부르든, 일반 폭행죄를 적용하든 어쨌든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똑같다. 이건 용어의 문제가 아니다. 여자들이 신체적으로 열세인 것, 그러므로 (법률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는 그런 개념이 없다. 전부 당사자주의, 당사자의 문제로 치부해버린다. 여성의 인권을 동급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과 동시에 보호도 안 해준다.

우리나라 사법제도에서는 약자 보호의 원칙이나 피해자 보호의 원칙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다. ‘조두순의 인권만 중요하다’며 피해자는 이사가는 상황이지 않나. 스토킹 방지법도 아직 통과가 안됐다.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 제재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헤어진 연인들 사이에서의 스토킹 행위라도 제재를 해달라는 거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 쫓아다니는 행위 같은 것을 사전에 제재하면 데이트폭력으로 심각해지기 전에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그래도 통과가 안된다.”

(*역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은 모두 20건 발의됐다. 15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1~2건씩 발의된 데 이어 19대 3건, 20대 국회에서는 6건이 제안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6월 경남 창원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시작으로 총 6건이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송다영 인턴기자

대구·경북 중심 1차 대유행→수도권 중심 2차 유행→다시 확산세

붐비는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자료 사진]
붐비는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4일로 꼭 300일째가 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다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급확산할 조짐을 보여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3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는 2만8천133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2월 20일 처음 발생한 뒤 이날 현재 488명으로 증가했다.

대구·경북 중심 1차 대유행 때 하루 최대 909명, 수도권 중심 2차 유행 땐 최대 441명

국내 코로나19는 지난 2∼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1차 대유행이 발생했는데 당시 하루에 수백 명의 확진자가 연일 쏟아졌다.

2월 29일 90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600명대→500명대→400명대→300명대→200명대로 점차 떨어져 3월 중하순에는 100명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4월 2일(89명) 두 자릿수로 내려온 후 계속 100명 아래를 유지했다. 10명 아래 한 자릿수를 기록한 날도 있었다.

5월 초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에 이어 수도권 물류센터 등에서도 집단발병이 확인되면서 한때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으나 100명을 넘지는 않았다.

이후 7월 25일(113명) 하루 잠시 세 자릿수를 나타냈으나 수도권의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8월 14일(103명) 전까지는 계속 두 자릿수의 안정세를 보였다.

수도권 교회와 광복절 도심집회 등을 고리로 불거진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 때는 8월 14일부터 9월 19일까지 37일 연속 세 자릿수의 확진자가 나왔다. 8월 27일(441명) 정점을 기록한 뒤로는 300명대→200명대→100명대로 내려왔고 결국 두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후로도 다시 100명 선을 넘는 날이 있었으나 대체로 100명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안정화하는 추세였다.

‘일상 감염’ 확산속 엿새째 세 자릿수…200명 육박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 수를 일별로 보면 124명→97명→75명→118명→125명→145명→89명→143명→126명→100명→146명→143명→191명 등으로, 이 기간에 100명을 넘은 날은 10일이다. 100명 아래는 3일에 그쳤다.

특히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91명으로, 200명에 육박했다.

이는 수도권 집단감염 여파가 이어졌던 지난 9월 4일(198명) 이후 70일 만에 최다 기록이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집단감염이 본격화했던 8월 중순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전에는 수도권과 일부 비수도권 지역의 요양시설·요양병원 등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대거 쏟아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지역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일상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

요양시설, 직장, 학교, 교회뿐만 아니라 지하철 역사나 카페, 가족·지인모임 등을 고리로 ‘조용한 전파’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리두기 1.5단계로 선제적 격상해야” 목소리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선제적으로 1.5단계로의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온이 낮아져 실내 환기가 어렵고 바이러스 생존에는 유리한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있어 방역당국도 거리두기 격상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 7일부터 적용한 새 거리두기 체계에서 단계를 구분하는 핵심 지표는 ‘1주간 일평균 국내발생 확진자 수’다.

수도권의 경우 100명 미만, 비수도권은 권역별 30명 미만(강원·제주는 10명 미만)이면 1단계가 유지되지만, 이 기준을 넘어서면 1.5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

충남 천안·아산, 강원 원주, 전남 순천 등 4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기준에는 들지 않았으나, 확산세를 우려해 미리 1.5단계로 격상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앞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와 같은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거리두기 단계 조정기준도 2∼3주 내에 충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하루빨리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현재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일찍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sun@yna.co.kr

투표결과 확정·선거인단 구성 등 집요한 뒤집기 시도 가능성
NYT “트럼프 캠프 시도에도 ‘바이든 승리’ 뒤집기 어려울 듯”

트럼프 인수인계 거부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트럼프 인수인계 거부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미국이 내년 1월 20일 차기 미 행정부 출범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주(州)별 최종 투표 집계를 통한 승자 확정,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토대로 구성될 선거인단 구성 등을 둘러싸고 ‘바이든 승리’를 뒤집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캠프와 공화당의 집요한 시도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의 갖은 시도에 ‘바이든 당선’이라는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NYT가 이날 ‘선거일과 차기 대통령 공식 취임일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제목으로 정리한 미국의 차기 대통령 취임까지의 시나리오다.

각 주(州) 12월8일 또는 14일까지 최종 선거결과 확정, 연방의회 통보

선거 결과과 공식화하려면 각 주의 카운티 선거관리 위원은 투표 집계를 마무리한 뒤 주 당국에 보고하는 일이 첫 단계다.

주의 최고선거관리 책임자(주로 주의 국무장관)는 이를 주지사에게 제출한다. 각 주는 주지사에 대한 제출 시한이 정해져 있다. 일부 주는 이미 이를 끝냈으며 가장 늦게 마무리하는 주는 캘리포니아주(12월 11일)다.

주지사는 최종 선거 결과와 이에 대한 확인증, 해당주의 선거인단 명단을 12월14일까지 연방 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엄밀히 말해 간접선거 방식으로 미 유권자가 5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538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하면 선거인단이 12월 14일 별도의 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자를 대통령으로 뽑는다.

그러나 12월 14일로부터 6일 전, 즉 12월8일까지 주지사가 의회 통보 절차를 마치면 ‘강력한 인센티브’가 부여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피난항 시한'(safe harbor deadline)으로 불리는 12월8일까지 의회에 통보가 이뤄지면 이후 제기되는 소송 등으로부터 결과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명용사묘 헌화 후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 뜨는 트럼프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비를 맞으며 무명용사 묘에 헌화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립묘지 참배는 지난 3일 대선 이후 첫 외부 공식 행사다. 그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sungok@yna.co.kr
무명용사묘 헌화 후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 뜨는 트럼프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비를 맞으며 무명용사 묘에 헌화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립묘지 참배는 지난 3일 대선 이후 첫 외부 공식 행사다. 그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sungok@yna.co.kr

지연전략으로 주정부가 선거결과 확정못하면 주의회 개입

주 정부가 선거 결과를 확정하지 못하면, 주 의회가 개입할 수 있다.

NYT는 트럼프 캠프의 주요 전략이 소송 등을 통해 주정부가 선거 결과를 확정 짓지 못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이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나리오 상황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의 경우, 주의회가 개입해 트럼프 지지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경합주 가운데 하나였던 조지아주의 경우 트럼프 캠프의 요구와 공화당 소속 주 국무장관의 승인으로 재검표가 결정됐다.

재검표는 12월 14일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재검표 지연이 고의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

최종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조지아주의 경우 조 바이든 당선인이 약 1만4천 표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어 재검표에서도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조지아주 결과와 상관없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의 승리 예측을 발판으로 대선 승리를 선언한 상황이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에서도 최종 결과 확정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선거 결과 확정이 시한 내에 이뤄져도 주의회가 주지사에 의한 선거인단 확정을 무시하고 자체적인 선거인단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주지사와 주의회 다수당의 소속 정당이 달라 부정선거 의혹 등을 고리로 선거인단 구성을 놓고 충돌하는 경우다.

이 경우 연방의회가 선거인단을 연방의회가 결정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의 결정적 승리선언 근거였던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공화당 소속 주의원들이 주의회에서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필라델피아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바이든 당선인  (필라델피아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jsmoon@yna.co.kr
필라델피아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바이든 당선인 (필라델피아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jsmoon@yna.co.kr

선거인단 12월14일 대통령 결정…내년 1월20일 취임

각 주의 선거인단은 12월 14일 투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부분의 주는 유권자가 선택한 후보에 주 선거인단이 투표하도록 강제한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는 극히 일부 선거인단이 유권자가 선택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이른바 ‘배신 투표’를 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당시 공화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텍사스의 선거인단 2명이,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워싱턴주와 하와이주에서 모두 5명의 선거인단이 다른 이의 이름을 써냈다.

배신 투표를 한 선거인을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라고 부른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7월 선거인단이 주별 선거 결과를 따라야 하고 불복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선거인단이 12월 14일 대통령을 공식 선출하면 연방의회는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선거인단의 투표를 개표하고 이를 인증 발표한다.

이를 통해 최종 확정된 차기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과 함께 4년간의 대통령직을 시작한다.

lkw777@yna.co.kr

측근 “디지털미디어 차려 폭스 시청자 빼앗을 것”
대선 개표 초반 ‘애리조나 바이든 승리’ 선언 결정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군으로 여겨온 보수 매체 <폭스 뉴스>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뉴스>를 혼내주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그는 <폭스>를 파괴할 계획이다. 그 점에는 의문이 없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케이블 채널을 만들 것이라는 추측도 많았지만 이 방안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든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비용과 시간이 덜 드는 디지털 미디어 채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면서 지지자들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 등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는데, 이들을 디지털 미디어 채널의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폭스 뉴스>의 경우 무료체험자들의 85%가 월 5.99달러짜리 유료회원으로 전환하는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가 아닌 새 디지털 미디어가 자기 지지자들이 으뜸 채널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한다.

<폭스 뉴스>는 대표적인 친트럼프 매체였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을 뿜어왔다. 이 매체가 전보다 민주당 인사들의 인터뷰를 많이 한다는 불만이었다. 그는 대선 당일인 지난 3일 오전 이 매체의 ‘폭스 앤 프렌즈’ 인터뷰에서 “폭스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대선 당일 밤 <폭스 뉴스>가 개표 초반에 애리조나주의 승자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라고 예측선언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치솟게 했다. 당시 백악관은 <폭스 뉴스>에 연락해 예측선언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 매체는 수용하지 않았다. 미 언론은 지난 7일 일제히 바이든 후보를 당선자로 발표했지만, <시엔엔>(CNN) 등 일부 매체는 여전히 박빙 개표가 진행 중인 애리조나의 승자를 선언하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폭스 뉴스>가 이 일로 실수를 했다고 여긴다고 <액시오스>는 짚었다.

<폭스 뉴스>는 또 지난 9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선거사기를 주장하자 이를 생중계하다가 송출을 중단하는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 투쟁에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도 <폭스 뉴스>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폭스 뉴스의 낮시간대 시청률은 완전히 무너졌다. 주말 낮시간대는 더 나쁘다. 이걸 지켜보게 돼 아주 슬프지만 그들은 무엇이 그들을 성공하게 했고 무엇이 그들을 거기까지 가게 했는지 잊어버렸다”며 “그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잊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2016년 선거와 2020년의 가장 큰 차이는 폭스 뉴스다”라고 적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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