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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2년 전 ‘박왕자 사건’ 땐 ‘與’ 한나라당 ‘野’ 민주당, 달라진 목소리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 시지를 내린 이튿날인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 2020.09.25.   myjs@newsis.com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 시지를 내린 이튿날인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 2020.09.25. myjs@newsis.com


북한의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에 여야가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북한의 만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같지만 청와대를 향한 시선은 다르다. 여당은 별다른 언급이 없는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 등은 청와대와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파워볼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살사건에서는 반대였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야당으로서 정부를 공격했다.국민의힘은 손쓸 틈도 없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던 박왕자씨 사건과 달리 이번 공무원 피격 사건은 정부가 적극 대응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北에 사과 요구하면서도 남북 관계 우려한 ‘與 한나라당’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6월9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0.06.0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6월9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0.06.09. bluesoda@newsis.com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여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즉각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측의 조치에 대해 “유감스럽고 납득이 안 간다”는 입장을 밝혔다.파워볼게임

그러면서 “정부와 아울러 북한에게도 진상조사와 검증 요구에 적극 협조할 것과 현재 북한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건의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진상조사 비협조를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동시에 남북관계 단절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7월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남북 합동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대한민국 국민을 분노케 한다. 사죄하고 진상규명 협조 및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며 “이 문제로 더 이상 남북관계가 경색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대통령·정부 대응 비판한 ‘野 민주당’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8.20.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8.20. kmx1105@newsis.com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북측에 책임을 물으면서도 정부 비판에 집중했다. 민주당은 사건 당일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이런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는데 전후사정을 감안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말씀을 하셨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지적드린다”고 했다. 사건 발생 당일 이 전 대통령이 18대 국회 개원식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골자로 하는 시정연설을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파워사다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7월1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한 데에는 정부의 안전관리 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재발방지대책을 면밀하고 신속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도 7월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지, 남북간 대화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며 “전 정부가 했다 하더라도 10년 동안 제대로 이뤄놓은 부분을 현 정부가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이번 북한의 피격 사건이 과거 박왕자씨 사건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역지자체장 조찬 행사에서 “첫째, 경계병의 우발적 발포가 아니라 상부 지시에 따라 이뤄진 계획살인”이라며 “둘째, 박왕자 사건의 경우 당시 정부가 손쓸 방법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살릴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셋째,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난 24일 뒤늦게 사건을 공개하고 입장을 발표하며 무언가 국민들께 숨기는 게 있는 걸로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보고받고도 구출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두 아이를 둔 가장이 살해돼 불타는 시간을 바라보는 6시간”이라며 “사건 실체를 제대로 못 밝히면 국가안보, 국민안전이 또다시 위태로워질 것이다. 당력을 총동원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②하필 그때…피격 직후 文 “종전선언”-MB “대화재개”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시민들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2020.09.24.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시민들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2020.09.24. misocamera@newsis.com


지난 22일 발생한 연평도 공무원 사건과 2008년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사건은 북한군의 총격으로 우리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같지만 공교롭게 또다른 공통점도 있다. 피격 사건이 발생한 직후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향해 ‘종전 선언’, ‘대화 재개’ 등 평화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이다.미리 준비한 연설 원고 등을 수정하기 어려웠다는 여권의 해명과 이를 야당이 비판하는 구도도 비슷하다.
금강산 피격 보고 50분 후 北에 “대화 재개” 제안한 MB━2008년 7월11일 박왕자씨 피격 사건은 오전 4시30분쯤 발생했다. 당시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통일부에 오전 11시30분 피격 사실을 알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 1시30분 이 사실을 보고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약 20분 후 청와대를 나서 여의도 국회로 향했다. 오후 2시20분 예정된 제18대 국회 개원식 시정연설을 위해서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북핵 해결이 선결과제”라며 “남북당국의 전면적인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고 제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과거 남북 간에 합의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남북한 간 인도적 협력 추진을 제의한다”며 북한의 식량난 완화와 국군포로·이산가족·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나서자고 했다. 하지만 피격 사건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시정연설 직후인 오후 3시쯤 이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전 대통령이 피격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대로 연설을 진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이런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는데 전후사정을 감안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말씀을 하셨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지적드린다”고 했다.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브리핑에서 “시정연설과 금강산 사건을 연결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며 “사안의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는데 국가 정책의 큰 방향을 밝히면서 즉흥적으로 (연설문을)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종전선언 논란…靑 “녹화 영상 이미 유엔으로”

이번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청와대와 국방부에 따르면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1일 낮 12시51분이다. A씨는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6분 서면으로 첫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약 세시간 후인 오후 9시40분쯤 북한군 총격으로 살해됐다. 청와대는 오후 11시쯤 이를 보고 받고 23일 오전 1시 국가안보실장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관계장관회의가 열리던 중인 오전 1시26분 문 대통령의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화상으로 전세계에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사전 녹화한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야당에선 청와대가 북한군의 A씨 피격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역지자체장 조찬 행사에서 “(국민이) 처참하게 죽었는데도 국민 생명, 안전을 지켜낼 헌법상 책무을 지닌 대통령은 종전 선언, 협력, 평화만 거론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 무능과 무책임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공개 시점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한다. 배현진 국민의힘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북한의 손에 잔인하게 죽어간 이 만행을 청와대가 인지하고도 종전 선언(연설)을 유엔에서 발표하기 위해 늦춘 것이라면 국가가 국민을 지키는 최소한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과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지난 15일 녹화가 끝나고 18일 유엔으로 보내졌기에 내용을 수정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밤새 첩보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연설을 새롭게 다시 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여야 상반된 입장 드러내
김종인, 文대통령 책임론 부각.. “21일부터 3일간 행적 밝혀라”
이낙연 “얼음장 밑에도 강물 흘러”..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 기대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연평도 실종 공무원 총격 살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 여야는 상반된 입장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북측의 사과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안도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합당한 이유 없이 대한민국 국민을 사살했다는 북한 주장을 대신 읽어 준 청와대”라며 “왜 청와대는 대한민국 국민이 참혹하게 사살당한 사건을 얼버무린다는 의심을 자초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28일 북한 규탄 여야 공동결의문 채택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 살해되는 장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청와대와 정부에 따져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변인도 “북한 대신 자국 국민에게 낙인의 총부리를 들이미는 정부, 대한민국 주적의 개념이 흔들리는 문재인정부를 보며 국민들은 불안하다”며 “혹시나 북한 김정은의 사과 시늉 한마디에 휘청하는 무기력이 있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과의 조찬회동에서 “대통령은 (실종 당일인) 21일부터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하라“며 문 대통령의 행적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새벽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살당하고 40분 이상 불태워졌다는 것인데 당연히 참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어떤 이유로도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사과는 이전과는 다른 경우여서 주목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지난 70년 동안 판문점 도끼 만행부터 박왕자씨 사건 등을 다룰 때는 유감 표명 정도였거나 오히려 남측 사과를 요구한다는 식이었는데 즉각적인 사과를 김 위원장 이름으로 했고 재발 방지까지 포함한 우리의 세 가지 요구에 답변을 성의 있게 해서 변화는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에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에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웅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행적을 공개하라는 야당 공세에 대해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북한 영토에서 월북한 사람에 대해 급작스레 총격을 한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견강부회이자 무리수”라고 문 대통령을 감쌌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입장 변화가 없다. 현재로서는 (규탄 결의안 추진을 철회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면서도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야당과의 협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족인 A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여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과도 사과겠지만 동생의 시신이나 유해가 송환되어야 하는 게 급선무”라며 “앞으로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우리 국민 총 맞아 숨졌는데, 반색한 이들

25일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25일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된 사건을 두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한 것과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5일 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통 큰’ 측면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유 이사장은 토론 도중 전해진 김 위원장의 사과 속보를 언급하며 “(토론회 시작 때) 이 사건이 남북관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고 반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북한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때 사과했던 선례가 있다, 이번에도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정 수석부의장은 웃으며 “(북한이) 말을 잘 듣는구나”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앞서 토론 중간에 “북한이 사과할 기회”라고 발언했던 것과 관련, “제가 맞췄다”면서 기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토론 참가자인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2018년 김 위원장이 얻었던 국제적 주목과 명성은 어떤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인데,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와 이번 사건으로 그것이 다 무너졌다”며 “이번 계기로 북한이 정말 정상국가로 간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한편으로는 “(북한이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직후인) 지난 6월3일 이후 모든 통신선이 차단됐는데 오늘 통신이 왔다는 건 우선 통신선이 사실상 복원됐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 김 위원장이 구두로 사정을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통지문 전문을 접한 뒤 북한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이 문장을 쓴 사람의 심리 상태를 보면, 이걸로 코너에 몰리기 싫은 것”이라며 “이 선에서 무마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우리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만행’으로 표현한 데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쪽이 그간 잘 보이지 않았던 행태”라며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와는 좀 다른 면모”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직접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그들 말로 통 큰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의장은 “불행한 사건에 통지문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이 사건이) 실마리가 돼서 남북 정상이 우선 전화통화를 하고 만나기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토론 참가자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일반적 외교 문서의 성격으로 봤을 때 이 정도면 사실 ‘나 잘못했다, 미안해, 그런데 사정은 이렇게 됐다’ 이런 뜻”이라면서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을 보면 ‘선진화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25일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25일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유 이사장은 이날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며 “그 이면에 세계관, 역사를 보는 관점 등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니냐(하는 질문을 받는데), 제 느낌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도 김 위원장에 대해 “일종의 계몽군주로서의 면모가 있다”고 거들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사전녹화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기념사 영상이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건의 여파로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재단 측은 “영상이 전에 녹화된 것이어서 오늘 행사에선 틀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해수부 소속 공무원 A(47)씨가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북측 해상에서 기진맥진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 우리 군 당국에게 포착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22일 오후 A씨에게 접근했다가 이후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상황 파국으로 가지않도록 대응하는 것”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대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한 것과 관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에 대해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이 같이 답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보낸 북측의 통지문에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이 장관은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과거 사례로 1972년 당시 김일성 주석이 이후락 정보부장을 면담하면서 1968년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1·21 사태)을 두고 구두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또 “(사과 대상이) 대통령은 아니지만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의원 신분으로 방북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1·21 사태와 관련, ‘극단주의자들의 잘못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는 표현을 한 적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측의 이런 태도에 대해 이 장관은 “이 상황이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대응하는 과정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정부 발표와 달리 숨진 공무원의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는 “(정부 발표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관계장관회의 과정에서 논의하겠다”고 부연했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관계 복원 과정을 통해 구체화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간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면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북측 지도부 역시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혀 한 통지문에서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 쓰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공무원 A(47)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22일 오후 북측 해상에서 A씨가 기진맥진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 발견됐는데, 북한군이 A씨에게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김정은 “文과 남녘 동포에 미안” 뜻밖 통지문에
靑, 돌연 “생명존중에 경의” 남북 친서까지 꺼내
국민들에게 김정은 진심 전하고 ‘우발사고’ 강조
여권 “계몽군주” “전화위복” 하루만에 태세전환
대화 불씨에 ‘이쯤서 덮자’ 金 제안 받는 분위기
진상규명 여론은 변수..美中지도자는 北문제 뒷전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

[서울경제] 북한 측이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마저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청와대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 통지문과 친서가 분위기 반전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건 이틀 뒤에야 전말을 공개하고 입을 모아 북한을 규탄했던 청와대·정부·여권 인사들이 김정은의 사과문이 도착하자 단 하루 만에 “이례적인 일”이라며 기대감을 높이는 쪽으로 자세를 고쳐 잡은 모양새다. 여기에 여권 핵심 지지층들까지 적극 동조하는 태도로 힘을 보태고 있다. 그 근간에는, 당연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최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르기까지 단절돼 왔던 남북 대화가 재개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다만 사망자의 ‘월북’ 여부와 시신훼손, 사건 당시 정부와 군 대응, 북한군의 실제 조치 취지 등 여러 사항이 미스터리로 남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쯤에서 논란을 끝내자’는 김정은의 제안을 우리 정부가 그대로 받을 경우 반대 여론도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은 북미 관계 회복 전까지는 남북 대화·교류 재개에 별 뜻도 없는데 우리만 김칫국을 마시고 억울한 죽음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민간인 피살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불씨로 활용하려는 현 정권과 이에 반감을 갖는 집단 사이에 또 다시 여론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정은 “文대통령과 남녘 동포에 미안… 불상사 재발 방지” 지난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는 이날 우리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고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측 지도부는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 근무를 강화하며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에서 단속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며 “북남(남북)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통지문에는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라는 표현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전부 명의로 온 통지문이라도 사실상 김정은의 직접적인 입장 표현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다만 북측이 통지문에서 밝힌 사실관계는 우리 군이 전날 발표한 내용과는 차이가 컸다. 북한은 북측 해역에서 희생자 A씨를 발견하고 접근해 신분을 확인한 뒤 도주 움직임을 보이자 10발의 총탄으로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시체가 아니라 타고 있던 ‘부유물’을 해상에서 소각했다고 전했다. 이는 A씨를 북측에서 발견한 지 6시간 후에야 상부 지시를 거쳐 사살·소각했다는 우리 군 당국의 발표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국무위원장님 생명존중에 경의” 갑자기 文-김정은 친서 꺼낸 靑 김정은의 통지문 발송만큼 갑작스러웠던 것은 그 직후 이어진 청와대의 행동이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통지문 기자회견을 한 뒤 고작 2시간 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고받은 친서를 돌연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정은에게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며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이에 김정은은 12일 “오랜만에 나에게 와 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며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청와대가 북한 통지문 직후 친서들을 느닷없이 꺼낸 것은 이번 피격 사건이 김정은의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이 직전까지 문 대통령과 이렇게 진솔한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점을 앞세워 계획 살인이 아닌 우발 사건이었다는 북한 측 입장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유화적 인식은 같은 날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나온 문 대통령 연설에서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군 장병 앞에서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희생당한 해수부 공무원 A씨 사건이나 관련된 대북 메시지는 전혀 내놓지 않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여권도 “계몽군주” “이런 지도자 처음” “전화위복” “변화 실감” 김정은의 사과 표명으로 하루 만에 ‘규탄’에서 ‘기대’로 자세를 고친 건 청와대뿐이 아니었다. 다른 정부·여당 인사들도 앞다퉈 김정은의 사과 메시지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희망을 내비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내리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5일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 대담’에서 김정은의 사과 소식을 듣고 “유명을 달리한 A씨와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김정일·김일성 시대와는 좀 다른 통 큰 측면(의 행태)”이라고 평가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같은 자리에서 “김 위원장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는 다르다”라며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게 아닌가,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통지문이 청와대에 온 것은 통신선이 사실상 복원됐다는 뜻”이라며 “이제 북측이 해야 할 것은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이번 사건과 관련 정상 회동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 보고에서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북한의 행동 준칙에 따라 사살했다고 하는 게 남북관계의 변하지 않은 냉엄한 현실을 드러냈다고 봤지만 그런 현실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 엄중한 상황에서도 북한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가 사과하는 예가 거의 없다”며 “수령 무오류설을 감안할 때 두 번에 걸쳐 사과하고 이어 재발방지대책까지 통보했다는 건 진일보”라고 평했다.

북한 측 통지문을 청와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북한 측 통지문을 청와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이쯤에서 덮자’ 김정은 제안 받는 쪽으로 기우는 당정청 당초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A씨 생존 시간이 긴 상태에서 상부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씨 피격 사건보다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가뜩이나 남북·북미 관계가 장기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우호 여론이 거의 없던 24일만 하더라도 청와대와 정세균 국무총리, 여야, 국방부, 통일부 등은 김정은의 사과만큼이나 이례적으로 입을 모아 북한을 규탄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건네면서 여론에 대한 관측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A씨의 ‘월북’ 여부와 시신 소각 등 각종 사실관계에 대해 정부와 북한 당국, 유가족 간 의견이 모두 엇갈리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대뜸 ‘이쯤에서 덮자’는 제안을 해 온 셈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 같은 유일영도 체제 국가에서 김정은의 사과 메시지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외신들까지 모두 한목소리를 낼 정도로 “이례적”인 건 맞다. 김정은이 사과까지 한 마당에 진상을 더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북한을 몰아세울 경우 자칫 남북 대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 수도 있다. 이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북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숙원으로 삼는 청와대와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반면 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납득할 만한 진상 규명도 없이 A씨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도 정상적인 절차는 아니다. 뚜렷한 규명 절차도 없이 북한과 우리 군이 추정하는 대로 A씨 사건을 ‘월북자의 불상사’로 결론 낸다면 정치적 역풍이 불 수도 있다. 결국 김정은의 사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략과 A씨의 인권 사이에서 무엇을 최우선으로 두느냐는 이번 사건 수습의 핵심이 됐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분위기는 김정은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과 정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8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그간 이어온 대북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의견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정부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 친서가 공개되자 “두 사람의 진심이 느껴져서 울컥했고 눈물이 났다”는 글들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변수는 ‘여론’… 美트럼프·中시진핑 北문제엔 ‘침묵’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김정은 사과에 대한 여론 동향을 일단 중요하게 살피긴 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사과와 북한의 변명 사이에서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대국민 설득 또는 여론전이 당분간 강하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내 여론과 함께 국제사회의 반응도 주목할 사항이다. 특히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미묘하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미국의 시각을 살필 필요가 있다. 북미 대화의 키를 쥐고 있는 나라인데다 해당 사건이 추석 이후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 때에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의 단계를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한 남북·북미 대화는 필수 전제 조건이다.

미 국무부는 이번 김정은 사과를 두고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동맹 한국의 규탄과 북한의 완전한 해명에 대한 한국의 요구를 완전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제시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단합된 대응에 있어 긴밀한 조율에 전념하고 있다”는 답으로 선을 그었다.

사건 전이기는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건 재임 중 처음이었다. 시 주석은 미중 갈등을 의식한 발언을 주로 내놓으며 한반도 문제 자체를 주요 의제로 삼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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