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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밑변] 2.5단계 시행에 불붙은 주거권 논의

[서울신문]

노숙인 활동가 럭키세븐이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빈곤사회연대 제공
노숙인 활동가 럭키세븐이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빈곤사회연대 제공

서울에서 원룸 생활을 하는 직장인 유모(28)씨는 최근 회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 지시를 내리자 당황스럽기만 했다. 유씨는 “집이라고 해 봤자 19.8㎡(약 6평)밖에 안 되는 곳이라 작은 원형 테이블 하나 놓을 공간밖에 없다”며 “열흘 정도 집에서 일했는데, 좁은 곳에 온종일 갇혀 있으니 너무 불편하고 갑갑하다”고 말했다.파워볼게임

보름째 확진자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대유행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30일 0시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올렸다. 다음달 6일까지 8일간 감염 전파 위험이 큰 47만여개 영업시설의 운영을 제한해 최대한 확산세를 차단해 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클럽이나 유흥주점은 물론 노래연습장, PC방, 뷔페가 문을 닫고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허용되는 등 사실상 집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사람 간의 물리적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해 ‘집에 있으라’는 것이지만 이 기본 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머무를 집이 없는 주거 취약계층이 적지 않다.

●대학생 30% 기숙사 입사 지연 등 불안 호소

2.5단계부터는 음식점과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는 곳의 운영이 모두 제한된다. 평소 낮 시간 외부 활동을 하며 ‘집다운 집’에 머물지 않았던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직장인 심모(28)씨는 “원래는 밖에서 밥을 먹고 사람도 만났는데, 지금은 생활반경이 딱 열 걸음 정도니까 정말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라며 “빨래를 하면 환기가 제대로 안 돼 머리가 어지럽고, 집에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우울함도 심해졌다”고 밝혔다.

원룸에서 친형과 함께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7)씨는 “원래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는데, 둘 다 재택근무를 하게 돼 난감하다”며 “집에 상이 하나뿐이라 둘이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집에서만 생활하면 기존에 회사로 출근하던 때와 달리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직장인 김모(30)씨는 “하루 8~9시간씩 근무하려면 집도 회사처럼 넓은 책상과 의자 등 업무 환경을 제대로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결국 추가로 돈을 내고 물품을 구입했다”면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그만큼 관리비며 식재료비 등 생활비가 더 많이 드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원룸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6261명 중 1920명(30.7%)이 기숙사 입사 및 오프라인 개강이 연기되면서 불필요한 월세를 지출하는 등 주거 불안을 호소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원래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수업을 들었는데, 이런 곳도 폐쇄돼 갈 곳이 없어졌다”며 “자취방에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아 월 2만원씩 추가로 부담하고 설치하는 등 지출이 급격히 늘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1인 가구 최저 14㎡)에 미달하거나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가구 비율인 주거빈곤율은 청년층에서 계속 늘고 있다. 2018년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만 20~34세 1인 청년 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의 비율은 2005년 34.0%, 2010년 36.3%, 2015년 37.2%로 증가했다.

이에 민달팽이유니온과 참여연대 등 주거 시민단체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위기에 내몰린 주거 세입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방역당국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집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런 예방수칙을 선택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며 “수도권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가계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20%에 달했고, 결국 경제적 약자인 이들은 전염병이라는 심각한 상황에서 더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 여럿 좁은 집생활… 거리두기 못 지켜

가족 구성원 여럿이 좁은 집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남편과 아들 둘, 손녀 셋과 함께 사는 안모(57)씨는 “아들들도 그렇지만 손녀들이 학교에 못 가니 일곱 식구가 방 한 칸에서 종일 부대껴야 한다. 손녀들이 태권도 학원에 언제 갈 수 있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면서 “집에 있으면 우울증이 올 정도로 답답해 밖에 나가 포장마차라도 하려고 하는데, 그것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홀짝게임

방역당국이 제시한 ‘1~2m 거리두기’는 당연히 지키기 어렵다. 안씨는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도 집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면서 “집에 화장실도 하나, 부엌도 하나인데 만약 가족 중 한 명이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라도 해야 하면 나머지 식구들은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주부 임모(38)씨는 “아이들이 학교도, 학원도 못 가고 종일 집에만 있으니 너무 많이 싸운다”며 “아이들이 집에서 쿵쿵거리면 아래층에서 항의할까 봐 걱정되는데, 그렇다고 나가 놀 수도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1명 누우면 꽉 차는 쪽방·고시원 감염 취약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의 상황은 더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쉼터와 급식소도 줄줄이 폐쇄되면서 노숙인들은 갈 곳을 아예 잃어버렸다. 서울에 사는 노숙인 활동가 ‘럭키세븐’은 최근 ‘홈리스의 주거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썼다. 관악구의 3.3㎡(약 1평)짜리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그는 “내가 사는 곳은 60명의 사람이 단 1개의 에어컨으로 폭염을 견뎌야 하는 곳이고, 코로나19 감염에 집단으로 노출된 공간”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사는 방식으로, ‘이런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 상당수는 비좁고 채광,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주거환경 때문에 평소에도 질병에 시달려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노숙인 활동 지원 등을 하는 시민단체인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는 “경제력에 따라 사는 모습이 다르듯 ‘집에 머물라’는 의미는 사는 곳에 따라 제각각”이라면서 “중장년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는 쪽방촌이나 고시원은 한 사람이 누우면 꽉 들어찰 정도로 좁고 시설이 열악하며 청결도도 일반 원룸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집에만 있으라’는 방역당국의 주문이 오히려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국회, 주거권 보장 근본정책 마련해야

이어 “원래 노숙인이 많이 지내던 서울역 대합실도 방역 때문에 퇴거 조치가 내려지면서 이들은 점점 더 좁은 곳으로 내몰린다. 그만큼 거리두기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이런 소외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등 팬데믹 시대에 모두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수많은 사람이 주거권을 위협받자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은 지난 4월 12가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임대료 체납으로 인한 퇴거 금지, 임대료 동결, 비공식 거처에 거주하는 세입자 보호 등의 내용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근 변호사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주택 임차인에 대한 임대료 지원 정책과 한시적 퇴거 금지 조치 등을 실시했다”며 “한국 정부와 국회도 생존의 필수 조건인 주거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복지부 시행 첫해 지원자 8명 불과, 올해는 겨우 4명
의무복무기간 실효성 의문..”근본 처우개선 없인 제자리”

서울대병원 소속 전문의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2020.8.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대병원 소속 전문의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2020.8.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첫 시범사업에 나선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지역의사 양성이라는 취지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정책의 ‘축소판’이다. 이 사업이 의대생 외면으로 정원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며 극히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파워볼사이트

공공의대 확대와 거의 유사한 현 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만큼 관련 정책의 대대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 정원수 확대 보다 공공의료 종사 의료인에 대한 처우 개선이 지역 의료격차 해결의 열쇠란 지적도 나온다.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윤주경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억46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공중보건장학제도 운영’ 사업을 처음 시행했다.

이 사업을 통해 선발된 의대생 20명에게는 1인당 등록금 1200만원, 생활비 840만원 등 2040만원을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지원한다. 지원금을 받은 의대생은 지원받은 기간(최소 2년에서 최대 5년) 만큼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입학금과 수업료, 실습비·기숙사비 등 일체를 국고로 지원하는 공공의대 신설 사업과 내용 면에서 거의 흡사하다. 공공의대 사업이 지원금액이 더 많은 대신 의무복무기간도 더 길다는 점 정도에서 일부 차이가 있는 정도다.

하지만 공공의대 확대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의대생들의 호응이 매우 낮았다. 지난해 20명을 선정할 예정이었는데 지원자가 8명에 그쳤다. 집행금액도 7100만원에 불과해 사업비 실집행률은 34.8%에 그쳤다.

복지부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 장학생 선발을 요청했는데, 충북·전북·전남 등에서는 선발 요청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에서만 가까스로 3명이 장학생을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중보건장학제도 실적은 더욱 참담하다. 지난해 저조한 지원율을 감안해 예산편성을 줄여 14명으로 정원을 줄였는데도 2020년 6월 기준 선발된 의대생은 4명에 불과하다. 복지부가 다른 장학금과의 중복 수혜를 허용하는 등 유치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정원에는 턱 없이 미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수도권 병상공동대응 상황실을 방문, 코로나19 현장 대응반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0.8.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수도권 병상공동대응 상황실을 방문, 코로나19 현장 대응반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0.8.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공공의료의 또 다른 한축인 군병원은 기형적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실력있는 의사들을 붙잡을 유인이 없어 민간병원 의존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의료기관 역할에 그쳐 현역병 환자 치료의 대부분을 민간병원에 넘기고 있다.

최근 5년간 현역병의 군병원 이용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군병원 이용율은 45.2%에 불과했다. 2015년 58.4%에서 매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기간 민간병원 진료비율은 29.7%에서 37.2%로 증가했다.

군병원 진료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전문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전문인력 관련 인건비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하다. 군의관의 보수는 민간병원은 물론이고, 국·공립 병원의사에 비해서도 7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군의관 보수 현실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진료업무보조비는 지난해 14억원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반면 외부 민간병원 이용을 위한 현역병 건강보험부담금은725억원으로 전체의 74.5%에 달했다. 군당국이 자체 의료인력 양성·유지 대신 민간병원 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이같은 현 정책과 군의료 등 공공의료 실태 속에서는 정부가 꺼내든 의대 정원 확대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선발 인원을 10년간 의무복무로 묶어두겠다는 복안이지만 인턴(1년)과 레지던트(4년), 펠로우(2~3년) 기간을 감안하면 지역에서 실근무하는 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의료인 양성도 어려울 뿐더러,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출 시기에는 지역의무복무 기간을 넘겨 대도시 집중 현상만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복무기간을 채운 이들을 지역에 붙잡아놓기 위해선 지역의사 보수 등 처우가 개선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선 정부가 아직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윤주경 의원은 “지방근무 여건, 지방 의료진에 대한 처우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의무복무를 전제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몇 년 지나면 나가버리는 구조에서는 숙련인력을 양성할 물리적 여건이 조성되기 어렵고, 결국 공공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도가 군병원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

‘다른 생각을 가진..’ 운영진 인터뷰

[서울신문]

의사증원 반대 대전 집회 - 14일 오후 대전시 대전역 광장에서 의료인과 의대생 약 700여명이 공공의료 의사증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0.8.14     yskim88@yna.co.kr 연합뉴스
의사증원 반대 대전 집회 – 14일 오후 대전시 대전역 광장에서 의료인과 의대생 약 700여명이 공공의료 의사증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0.8.14 yskim88@yna.co.kr 연합뉴스

“정부안 공공의료 강화 미비하지만
대안 없는 증원 반대 공감 못 얻어”

“의사도 파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파업이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있는 응급환자를 돌보지 않을 만큼 정당한지는 의문입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가고 의대생까지 의사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의대생이 ‘소신 발언’에 나섰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면서까지 의료진이 파업에 나서는 게 정당한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들’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을 운영하는 의대생들(운영진)은 30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최고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통계 2020’을 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3.5명) 밑이다.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자 수도 7.5명으로 OECD 평균(13.5명)보다 낮다.

이들은 지역 간 의료 격차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수가 서울은 4.4명인 반면 세종은 1.5명이었다.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전국 평균(3.0명)에 미달하는 곳이 인천, 울산, 경기, 전남 등 11곳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운영진은 지금의 정부안은 의료 취약지역 주민을 위한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운영진은 “현재 한 해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년 뒤에 최대 400명 증원해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한 해 의대 정원을 3458명으로 유지하고 400명 중 300명을 지역의사로 양성한다는 것인데, 이런 인력 확대가 공공의료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안 제시 없이 “의사가 부족하지도 않고 의사 증원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운영진의 설명이다. 운영진은 “의협은 OECD나 국내 보건의료 연구기관들의 공신력 있는 통계를 부정하며 ‘어떤 방식으로도 의대 증원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에게는 과학적인 사고가 요구되는데 냉철한 사실관계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현재 의사 사회 안에선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신문은 인터뷰 과정에서 운영진인 일부 학생의 신분 확인을 거쳤다. 운영진 측은 “구체적으로 몇 명이 해당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지 숫자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에서 응급환자가 밤사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뒤늦게 울산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끝내 사망하는 등 의료계 파업이 시민들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 운영진은 “부산은 대형병원이 꽤 있는 지역으로 응급의료 취약지가 아니다. 결국 의료의 공공성 확보에 대한 대안 없는 파업이 의료 취약지가 아닌 곳의 응급환자까지 놓치고 있다”며 “정당성을 찾기 어려운 지금의 파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서범수 의원실 조사로 확인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이 첫 사업
작년 매출 20억..특혜 수주 의혹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측근이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모두 30건의 정부·지자체 행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였다. 또한 노바운더리는 개인 아파트를 소재지로 삼아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상태에서도 청와대 행사 등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앞서 탁현민 당시 행정관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앞서 탁현민 당시 행정관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30일 정부 부처ㆍ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노바운더리는 2017년 8월부터 30건의 정부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이 중 16건이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였다. 특히 최소 19건은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을 따냈다.

노바운더리는 ‘탁현민 프로덕션’의 조연출 출신인 이모(35)씨가 설립했다. 2016년 10월 개인 사업자로 등록해 영업을 시작했고, 2018년 3월 법인 사업자로 등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탁 비서관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발탁되면서 노바운더리는 정부 사업을 수주하기 시작했다.

노바운더리는 2017년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맡아 처음으로 정부 행사를 진행했다. 또 2017년 8월 20일 건군 이래 처음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합참의장 이·취임식 행사를 국방부가 노바운더리가 맡긴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후에는 역시 문 대통령이 참석한 취임 100일 기념 대국민보고대회를 노바운더리가 맡아 진행했다. 한 업체에 하루 2건의 대통령 참석행사를 맡긴 것이다. 그 당시에 노바운더리는 별도 사무실도 없이 이씨 남편 명의의 아파트를 사업장 소재지로 신고했을 정도로 영세업체였다. ‘아파트 사무실’에서 따낸 정부·청와대 행사가 8건이나 된다.

그 외에도 외교부는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공연에 이어 2018년 4월 터키 대통령, 2018년 9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때도 노바운더리에 행사 진행을 맡겼다. 노바운더리는 이처럼 정부 행사들을 수주하며 2018년 9억5600만원, 2019년엔 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5월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5월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 의원은 “국방부 등 사업을 발주한 곳에선 노바운더리가 역량이 검증돼 사업을 맡겼다고 하는데, 법인 등록도 하지 않고 그냥 개인 아파트를 사업소재지로 등록한 회사인데다 문재인 정부 전에는 매출도 거의 없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않는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방한 같은 중요한 의전 행사를 개인 아파트에 주소지를 둔 사업자에게 어떻게 믿고 맡기나. 정부기관 계약 담당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일반 공무원이 현장 확인도 없이 그런 회사와 수의계약을 했다면 틀림없이 징계감’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명백한 특혜이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 참석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 참석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서 의원실에 따르면, 취임 100일 기념 대국민보고대회를 주관한 행안부는 2017년 ‘문재인 북콘서트’와 2016년 ‘MAMF다문화축제’, ‘스타트업콘서트’ 등의 이력을 참고해 노바운더리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의원실 측은 “다문화축제를 주관한 곳에선 노바운더리에 발주한 건이 없다고 답했고, 스타트업 콘서트의 경우에도 행사 진행 업체 명단에 노바운더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보안이 필요한 긴급행사의 경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는 ‘공모’형식을 밟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며, 계약의 조건ㆍ내용ㆍ금액은 모두 부처의 실무업무”라며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해당 기획사가 정부 부처의 행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다시 밝힌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 사업자뿐 아니라 개인도 능력만 검증되면 얼마든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빠듯한 시간 안에 행사를 추진하려면 의전비서관실의 기획의도를 잘 이해하고, 행사 성격에 맞는 연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획사나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국시원 “원칙대로 시행”..코로나19확산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연기 가능성

'공공의대 증설·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대구=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8월 26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공의대 증설·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대구=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8월 26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의대생들이 의사 수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등에 반대하며 응시를 거부한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날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국시 거부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9월 1일로 실기시험일을 배정받은 학생들이 있는 탓에 실제 의대생들은 혼란을 빚고 있다.

의대 본과 4학년생에게 국가고시는 의사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관문이다.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졸업을 해도 의사 면허가 없기 때문에 인턴, 레지던트는 물론이고 의사에게 허가된 의료행위를 일절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면서도 국시 거부 및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꺼려진다는 일부 학생도 있었다.

모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은 “전공의나 의사는 며칠 파업해도 의사면허를 보유한 이상 직위에 직접 영향은 없겠지만, 의대생이 국가고시를 한 번 거부하면 졸업이 1년 늦어져 진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모 의과대학 익명 게시판에는 “국가고시 거부에 대해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며 “이대로 국시 거부가 강행되는 거냐”는 등 불안한 마음을 표출한 글도 올라왔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전체 응시자 3천172명 중 약 90% 상당인 2천823명이 원서 접수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국시원은 기존 실기시험 응시자를 대상으로 차례로 연락을 돌리고, 국시 응시 취소 의사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연락이 닿은 학생 중 일부는 국시 취소를 철회하고 응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정부 투쟁 열기가 끓어오르는 의대생 커뮤니티 내부에서 이런 의견은 표출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시원은 지금으로는 시험을 일정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도 “의대생들의 국시 취소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국시를 거부한 학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국시 연기가 재검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앞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코로나19에 따라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최소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촉구했고,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데 따른 것이다.

KAMC 소속 교수들은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두 달에 걸친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다”며 “우리에겐 국시 응시를 취소하지 않은 300∼400여명의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시원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현행 계획대로 국시를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나, 교수학장단이 계속 정부 측과 국시 연기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변경 사항이 있으면 오늘 중으로 공지하겠다”고 전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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