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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한부 우리나라에 한부 있는 극비문서 원본을 어떻게 입수하나”
“박 부적격, 미국이 정보기관 수장 믿음 없으면 고급정보 주지 않는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 후보자 사인이 적힌 남북합의서 사본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2020.7.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 후보자 사인이 적힌 남북합의서 사본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2020.7.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8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파워사다리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국정원장은 안보기관의 수장이지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여러 가지 점에서 (박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장이 국내 정치에 개입해 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처벌받았다”며 “박 후보자 이전에 이병기 전 국정원장 때도 국내 정치를 많이 해서 그런 위험성이 있다고 했는데 박 후보자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전 국정원장보다) 훨씬 더하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검과 대법원판결로 확인된 대북송금은 판결문에만 의하더라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북한 측과 내통한 증거”라며 “이런 점에서 부적합하다”고 했다.

이어 “소위 정보기관끼리는 정보를 교류하지만, 정보기관의 수장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고급정보를 주지 않는다”며 “그런점에서 과연 박 후보자는 미국 등으로부터 정보를 주면 이 정보에 대한 보안이 지켜지느냐고 (의심)할 것이고, (박 후보자는) 확신을 못 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에서 본인이 제기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공개된 합의서 외의 북한에 30억 달러를 제공하는 ‘비밀 경제협력 합의서가 있다는 주장과 관련 “진실은 끝내 감출 수 없다”며 “제가 그 서류를 위조해 제출했겠느냐”고 했다.

그는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그것(비밀합의서를) 사무실에 가져와 청문회 때 문제 삼아달라고 해서 그랬던(공개) 것”이라며 “박 후보자는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하다가, 다음에는 사인하지 않았다고 하고, 오후에는 위조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는) 원본을 제시할 수 있느냐고 했는데 만약 서류가 진실이라면 평양에 한 부가 있고, 우리나라에 한 부가 아주 극비문서로 보관돼 있지 않겠냐. 어떻게 저희가 원본을 입수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다만 2000년 중국 베이징에서 이 문서를 만들 때 관여한 사람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 증언 등으로 시간이 지나면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오후까지 30∼70mm 더 내린 뒤 29일 소강

비 [연합뉴스TV 제공]
비 [연합뉴스TV 제공]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27일과 28일 밤사이 부산에 폭우특보가 발령되며 추가 비 피해 우려가 나왔지만, 다행히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홀짝게임

28일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대표 관측소인 중구 대청동을 기준으로 71.3㎜의 비가 내렸다.

가장 많이 내린 곳은 가덕도로 85.5㎜를 기록했고, 금정구 83.5㎜, 남구 71㎜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날 오후 4시 부산에 최대 200㎜ 예보와 함께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데다 28일 새벽 만조가 겹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에서는 비 피해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하지만 만조 시각 전 비가 소강을 보이면서 27일 오후 11시께 호우주의보가 해제되자 큰 피해는 없었다.

호우 특보에 삼락공원 수관교, 동래구 연안교·세병교 등 10개 도로가 통제됐다가 현재는 6개 도로에서 통행이 재개된 상태다.

덕천 배수펌프장과 영락공원 굴다리, 55보급창 앞 도로, 고동골로 4곳은 현재까지도 통제 중이다.

부산소방본부에는 전날 비 피해 관련 11건(배수지원 8건, 안전조치 3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낮 동안 접수된 것으로 오후 6시 이후는 피해 신고 건수가 없었다.

경찰과 부산시, 각 구·군에도 피해 접수 상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우 예보에 전날 관할 지자체는 비상 근무를 하며 지하차도, 저지대, 하상도로 등을 점검했다.

28일은 온종일 흐리고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겠다.

오후 9시까지 곳에 따라 30∼70㎜의 비가 더 내린 뒤 29일에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 한 관계자는 “최근 부산에는 매우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매우 약해진 가운데, 앞으로 내리는 많은 비로 인해 산사태와 축대 붕괴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니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중국 고대 하(夏)왕조 시조인 우(禹). 그가 왕이 된 주요 업적은 치수(治水)다. 그 정도로 홍수는 수천년간 중국인을 괴롭혔다. 올해 피해가 ‘역대급’이라 그렇지 현대 중국에서도 홍수는 빈번했다.파워볼사이트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칸하이(看海)’란 말까지 있다. 홍수로 물난리가 난 도시를 보는 게 마치 바다를 보는 것 같단 뜻이다.


‘스펀지 도시(海綿城市)’ 프로젝트

과거 중국의 홍수 피해 모습.[사진 이매진차이나]
과거 중국의 홍수 피해 모습.[사진 이매진차이나]

중국 정부도 홍수의 무서움을 안다. 지긋지긋한 침수 피해를 끊고자 5년 전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스펀지 도시’는 풀어 말하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도시’다. 도시가 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아보겠다는 거다. 중국 주택건설부는 2015년 10월 “3년 내 865억 위안(약 16조원)을 투자해, 우한(武漢), 충칭(重慶), 난닝(南寧) 등 16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홍수는 인재(人災) 성격이 강하다. 배수가 잘 안 돼 빗물이 땅을 타고 그대로 강으로 간다. 짧은 시간의 폭우에 강이 범람하고 물이 다시 도시로 넘어오는 악순환이다.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는 이를 막아보려는 대책이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핵심은 배수다. 빗물을 바로 강으로 전부 흘려보내지 않고 60~70%를 지상에서 빨아들인다. 도시 지하에 물 저장시설도 만든다. 거주지 주변엔 연못이나 습지대를 만들고, 배수 시스템을 통해 물을 빼내 저장한 뒤 나중에 꺼내 쓰자는 거다. 이렇게 하면 물이 부족한 시기에 저장한 빗물을 재활용해 쓸 수 있다. 도로도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과성 아스팔트로 포장한다.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정부는 1단계로 2020년까지 중국 내 658개 도시의 20%를 스펀지 도시로 만들고 2030년까지 그 비율을 80%로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1단계가 종료되는 올해 난리가 났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중국 남부 지방 일대가 홍수 피해로 몸살을 앓게 된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오히려 스펀지 프로젝트 시범 도시의 피해가 컸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우한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우한 우창구 일대엔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물이 차 많은 노인이 지역 사회에 갇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16일 충칭시 완저우(萬州)구에서도 우차오허(五橋河)가 범람하며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끝없이 내리는 비에 도시들은 속절없이 당했다.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어 홍수를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다짐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프로젝트는 왜 실패한 걸까. 중국 언론의 분석은 이렇다.

지난 8일 중국 장시성 징더전에서 시민들이 보트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장시성 징더전에서 시민들이 보트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오래된 도시는 대부분 현대적 배수망이 거의 없었다. 배수망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정부는 속도전을 추구한다. 중국 지린망(吉林網)은 “선진국을 보면 배수 설치에 10~15년의 기간을 두고 진행한다”며 “하지만 중국에선 지하 배수시설을 3~5년에 갖추려 했다. 이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정부 의지도 크지 않았다. 광시장족자치구 리우저우시의 탄롱(覃融) 자연자원기획국 부국장은 지린망에 “선진국에선 도시 계획을 세울 때 지상 못지않게 지하 계획을 세운다”며 “하지만 중국에선 자원 투입 대비 효과가 작은 지하시설에 대해서는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티가 안 나는’ 사업이라 일을 적극적으로 안 했다는 말이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프로젝트를 실제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돈이 없다.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그런데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가 완성되려면 중국 언론 예상으로 올해까지 매년 4000억 위안, 이후 2030년까지는 매년 1조 6000억 위안이 투입돼야 한다.

정작 중앙정부 관심은 줄었다. 2017년 ‘정부업무보고’ 이후 중앙 정부 차원의 스펀지 도시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 티도 안 나고, 중앙에서 힘도 안 실어준다. 돈 없는 지방 정부가 프로젝트에 열을 올릴 리 만무하다. 」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물론 앞으론 달라질 것이다. 이번 홍수 피해가 너무 크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도, 공산당으로서도 민심을 달래려면 당분간 ‘치수’에 집중해야 한다.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인프라 건설로 코로나 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제대로 하는가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비는 언제든 또 내린다. 보여주기식으로 하면 내년, 아니 올해 하반기에 또 수해(水害)를 입을 수 있다. 위쿵젠(兪孔堅) 베이징대 교수는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에서 기술자문위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그의 고백이다.

「 “스펀지 시범 도시는 일부 지역에 배수 시설만 설치했기에 실패했다. 도시 내 자원 순환과정을 살피는 생태학적 관점이 전제돼야 프로젝트는 성공한다.” 」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러 선원발 지역감염 확산 우려..해외유입 확진자 33일째 두자릿수 기록
지역발생 감소 산발감염 지속..누적확진 1만4천203명, 사망자 총 300명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28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째 20명대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해외유입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지역발생이 줄어들면서 30명 아래를 유지했다.

그러나 기존의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데다 부산에서는 러시아 선원발(發) 감염이 지역사회로 이미 ‘n차 전파’된 상황이라 확진자 규모는 언제든 다시 커질 수 있다.

선별진료소 찾은 시민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선별진료소 찾은 시민 [연합뉴스 자료 사진]

◇ 해외유입 확진자 한달 넘게 두 자릿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8명 늘어 누적 1만4천203명이라고 밝혔다.

전날(25명)에 이어 이틀 연속 20명대 기록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45명→63명→59명→41명 등 40∼60명대를 기록하다가 이라크 건설 현장에서 귀국한 우리 근로자와 러시아 선원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25일 113명까지 치솟은 뒤 26일 58명을 거쳐 전날 20명대로 떨어졌다.

신규 확진자 28명의 감염경로를 보면 해외유입이 23명으로, 지역발생 5명보다 5배 가까이 많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25∼26일 이틀간 86명, 46명까지 급증했다가 전날 10명대(16명)로 내려왔지만 이날 또 20명대로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33일째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

[그래픽]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28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째 20명대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해외유입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지역발생이 줄어들면서 30명 아래를 유지했다.      jin34@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그래픽]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28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째 20명대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해외유입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지역발생이 줄어들면서 30명 아래를 유지했다. jin34@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해외유입 확진자 23명 가운데 10명은 공항이나 항만 검역 과정에서 발견됐고, 나머지 13명은 경기(5명), 서울(3명), 전남(2명), 부산·충남·경북(각 1명) 지역 거주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유입 추정 국가는 키르기스스탄 7명, 미국 4명, 멕시코·모로코 각 2명, 알제리·에티오피아·방글라데시·아랍에미리트·우즈베키스탄·카타르 ·쿠웨이트·필리핀 각 1명 등이다.

◇ 지역발생 5명, 8일만에 최소…위중·중증환자 12명

지역발생 확진자는 5명으로, 전날에 이어 한 자릿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일(4명) 이후 8일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지역발생 확진자를 시도를 보면 서울 3명, 경기 1명 등 수도권이 4명이다. 이외에 부산에서 1명이 확진됐다.

서울의 경우 강서구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인 강서중앙데이케어센터와 관악구 사무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왔다.

해외유입과 지역발생을 합치면 수도권이 12명(서울, 경기 각 6명)이고 전국적으로는 6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그래픽]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8명 늘어 누적 1만4천203명이라고 밝혔다.       0eu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그래픽]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8명 늘어 누적 1만4천203명이라고 밝혔다. 0eu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신규 확진자 중에는 40대 확진자가 7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50대(5명), 20대·30대(각 4명), 60대(3명) 등의 순이다.

사망자는 1명 늘어 총 300명이 됐다.

이날 0시까지 격리해제된 확진자는 102명 늘어 누적 1만3천7명이다. 격리치료 중인 환자는 75명 감소한 896명이며, 이 가운데 위중·중증환자는 12명이다.

코로나19 검사자는 총 153만7천704명으로, 이중 150만3천57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만444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위력은 어디에나 있다]
③위력의 후유증
문제적 인간 낙인 찍히고
심지어 꽃뱀 취급하는 등
더 잔혹한 2차 피해 고통
친했던 동료마저 “왜 신고해 분위기 망치나”
회사도 가해자편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삽화 김대중 작가.
삽화 김대중 작가.

“문제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래 걸린 사건이다.” 지난 22일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를 대신해 전한 말이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 피해 사실은 단번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대처는 대개 비슷하다. 정신적 고통, 퇴사 또는 근무부서 이동 등을 겪은 뒤 벼랑 끝에 가서야 피해를 입 밖으로 꺼내게 된다.

간신히 용기를 낸 피해자 앞엔 공식처럼 2차 가해라는 또 다른 폭력이 등장한다. 가해자가 지닌 위력의 크기만큼 가해자를 비호하는 주변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해 사실을 의심하고, 사소한 일이라고 축소하며, 문제 제기 자체가 문제라고 비난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특별히 예민하고 조직을 위협하는 문제적 인간’으로 낙인찍힌다. 최악의 경우 ‘꽃뱀’으로 호명된다.

_______ ■ 방조자들, 또는 가해자들

2차 가해는 신고 과정부터 사건 해결까지 단계마다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신고 단계에서 사건 담당자나 직속 상사는 되레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주관적인 판단으로 사건을 축소하기 일쑤다. “올해 퇴직인데 어떻게 그 사람을 자르냐.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는데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니지 않으냐”는 식이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성희롱을 공론화한 피해자의 27.8%는 피해 호소 후 2차 피해를 경험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보면, 피해자의 35.7%는 ‘신고 이후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등을 당했다. 16.1%는 ‘파면이나 해임 등 신분상실 불이익’을 경험했고 12.9%는 직무 배제, 직무 재배치 등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조처를 당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23.8%는 ‘피해를 말했을 때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했고, 8.4%는 부당한 처우를 암시하는 발언 등을 경험했다고 했다. 어렵게 신고를 결심한 피해자들이 신고를 해도 공염불에 그치게 되는 셈이다.

과거 한국여성민우회가 상담했던 사례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ㄱ씨에게 인사부는 ‘가해자의 퇴사 사유를 성희롱 건으로 퇴사한다고 밝히지 말고 희망퇴직으로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ㄱ씨는 “가해자가 조용히 나감으로써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는 것이 이상한 것 같기도 했지만, 가해자가 나가게 되었으니 할 만큼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달 병가를 냈다가 복귀한 ㄱ씨는 되레 조직 내 ‘왕따’가 됐다. 가해자가 일을 그만둔 것은 미화되고, 피해자에 대한 험담이 오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회사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 피해자를 고립된 1인 부서에 발령 내기까지 했다.

2차 가해자는 다양하다. 2015년 인권위 자료를 보면, 2차 가해자로 첫째로 꼽힌 이는 가해자(38.9%)다. 성희롱 사건을 회사에 알린 뒤 가해자가 사과를 하면서 “미안은 한데, 소문을 낸 여직원을 다 잡아오라. 다 소송 걸겠다”고 말했다는 경우(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도 있다. 그러나 동료(22.4%), 성희롱 고충 담당자(17.3%), 상급자(15.6%), 고용주(5.6%)도 피해자를 괴롭히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을 보면, 한 회사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상급자를 여성 직원들이 문제 삼자 관리자는 회의시간에 회사의 성희롱 행동규범 한줄을 읽고 막연하게 주의를 촉구하는 말만 한 채 가해자에게는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다. 주변인들은 방조를 넘어 “가해자가 당신을 좋아했다”는 등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의 퇴사를 압박하는 등 피해자를 더욱 힘든 처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가해자가 중징계를 받은 뒤에 외부기관에 이의 제기를 하자 동료 직원의 95%가 탄원서를 써준 일도 있다.

_______ ■ 위력의 후유증, 신고를 후회한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삼중고를 경험하게 된다. 신체적 피해와 감정적 피해에 더해 물질적 피해까지 겪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권위가 진행한 ‘성희롱 구제조치 효과성 실태조사’에서 피해자의 43.5%는 2차 피해의 결과 수면 장애 등 신체적인 고통을 겪는다고 호소했고, 53.1%는 수치심과 두려움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성범죄 피해를 조직 내에서 신고하거나 경찰·인권위 등 국가기관에 호소한 이들은 결국 조직을 떠나거나 조직 안에서 불이익을 당함으로써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한다. 주변인들마저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면 ‘회복’은 요원해진다. 신고를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경기도의 한 노인단체에서 근무하는 ㄴ씨와 ㄷ씨도 오랜 직장 내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에 피해를 알렸지만 지금은 피해를 호소한 사실조차 후회할 정도다. 이들은 2014년부터 6년 동안 단체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 여성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단체장은 수시로 “부부관계는 일주일에 몇번이나 하냐” 같은 말을 하며 성희롱을 일삼았다. 견디다 못한 이들은 올해 2월 경기도 인권센터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 구제 신청을 했다. 인권센터는 3월 단체장의 발언이 성희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단체장은 ‘자신을 징계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성희롱 등 허위 내용을 신고했다’며 이들을 5월 무고로 고소했다.

2차 가해는 조직적으로 발생했다. 단체장은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직원들을 동원해 탄원서를 받아 회사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이들이 ‘수시로 남자 직원을 대상으로 성적인 유혹을 한다’거나 ‘신체 접촉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인사를 하는 법이 없다’ 등의 내용이 빼곡하게 적혔다. 그사이 친하게 지낸 동료들도 하나둘 이들을 외면했다. ㄴ씨와 친하게 지냈던 한 동료는 ㄴ씨에게 “문제 제기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안 좋고 다른 사람들까지 근무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회사는 인권센터의 권고가 있었는데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업무 분리도 하지 않아 피해자들은 여전히 가해자와 대면하고 결재를 받아야 한다. 회사에 항의했지만 “가해자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모르냐. 이 사람 없으면 회사가 망한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2차 가해의 상처는 깊고 잔혹했다. 이들은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며 정신과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한다. 6년간 성희롱에 시달렸지만, 문제 제기 이후 지난 1년의 상황이 오히려 더 고통스럽다. 무고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단체장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변호사도 선임했다.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문제 제기를 한 것 자체를 후회한다.ㄷ씨는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후회된다. 조직적으로 대응을 하니 무섭고 피해자 보호가 전혀 되지 않아 두렵다”고 말했다.

성희롱 피해 신고 집단이 미신고 집단보다 더 큰 업무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실은 통계적으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집단 중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28.3%였지만, 피해를 참고 넘어간 집단에선 20.3%로 신고 집단보다 사직 희망 비율이 낮았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업무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도 또한 신고 집단이 미신고 집단보다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피해 회복이 아닌 피해 가중으로 작동한 것이다. 2차 피해로 인해 피해자들이 피해를 드러내지 않고 되레 숨기게 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구제 방식을 보완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2차 피해를 방지해 기존 피해의 진실이 드러나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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